누군가의 삶의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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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어가
댓글 27건
조회 280회
작성일 26-05-10 18:04
본문
산모였던 어머니는 아이만 건강하면 된다며 임신 내내 미역국을 끓여 먹었다. 동네 어른들은 바다의 기운이 태아를 튼튼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출산 날, 아이는 탯줄과 미역줄기가 목을 여러 번 감고 나온 채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의사는 조용히 말했다.
조금 늦었습니다."
아이는 살아남았지만 세상과 어긋난 채 자랐다.
말은 느렸고, 감정은 자주 폭발했다. 친구들은 그를 이상한 애라고 불렀고, 선생들은 문제아 취급했다.
어머니는 매일 미역국 냄새가 밴 부엌에서 중얼거렸다.
“몸에 좋다 해서 먹은 건데… 이게 뭐야…”
아버지는 그런 집안을 견디지 못했다.
그는 밤이면 사라졌다가 새벽에 술 냄새와 담배 냄새를 묻히고 돌아왔다.
동네 사람들은 그가 불법 도박장, 이른바 “하우스”를 전전한다고 수군거렸다. 아버지는 가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넌 운만 좋으면 인생 바뀐다.”
그 말은 저주였다.
열세 살 되던 겨울, 아버지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허름한 여관방에서 발견됐다고 했다. 방문 손잡이에 걸린 넥타이 하나와, 바닥에 흩어진 빚 독촉장만 남긴 채였다.
장례식장에서는 아무도 울지 않았다. 어머니는 넋 나간 사람처럼 국만 데웠고, 아들은 영정사진 속 아버지의 굳은 얼굴을 보며 이상하게도 두려움보다 호기심을 느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사람을 끌어당겼을까.’
성인이 된 그는 결국 같은 길로 걸어 들어갔다.
처음에는 재미였다. 작은 돈으로 큰돈을 따는 순간, 세상이 처음으로 자신을 인정해주는 기분이 들었다. 머릿속을 흐리게 만들던 불안과 열등감도 잠시 사라졌다. 하지만 잃는 날이 더 많아졌다. 빚은 쌓였고, 휴대폰 연락처에는 돈 빌려달라는 메시지와 욕설만 늘어갔다.
그는 종종 새벽 편의점 앞에 앉아 컵라면 국물을 마셨다.
뜨거운 김 사이로 문득 어린 시절 어머니가 끓이던 미역국 냄새가 떠올랐다. 그 냄새는 늘 죄책감 같았다. 누구도 일부러 망치려 한 건 아니었는데, 모든 것이 조금씩 잘못 꼬여버린 삶.
어느 날 밤, 그는 또다시 하우스 문 앞에 섰다.
네온사인은 비에 젖어 흔들렸고, 손끝은 떨렸다. 안으로 들어가면 망한다는 걸 알면서도 발은 멈추지 않았다. 마치 오래전 죽은 아버지가 등을 떠미는 것 같았다.
문이 열리자 담배 냄새와 돈 냄새가 섞인 공기가 얼굴을 덮쳤다.
그는 피식 웃었다.
“그래… 결국 여기까지 왔네.”
그 뒤로 그는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갔다.
하우스를 드나드는 것도 모자라, 휴대폰 속 불빛으로 도박을 하는 시대가 찾아왔다. 사람들은 그걸 “온카판”이라고 불렀다. 손가락 몇 번만 움직이면 바카라와 슬롯이 돌아갔고, 화면 속 숫자는 현실의 월급보다 빨리 오르내렸다.
처음엔 소액이었다.
하지만 잃을수록 그는 더 크게 걸었다. 마치 어린 시절부터 자기 안에 박혀 있던 구멍을 메우려는 사람처럼.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온카판 커뮤니티에서 한 유저가 100만 포인트를 판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가진 돈이 없었지만, 이상하게 이번만큼은 자신감이 넘쳤다.
“은행 점검시간이라 끝내고 보내드려도되나요?”
지금 생각하면 그 말은 사기꾼과 도박중독자의 말이 반쯤 섞여 있었다.당시의 그는 정말로 딸 수 있다고 믿었다. 아니, 믿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었다.
상대는 잠시 망설이다가 포인트를 넘겼다.
계정 안에 찍힌 100만 포인트를 보는 순간, 그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심장이 뛰었다.
손끝이 떨렸다.
그는 속으로 계속 중얼거렸다.
‘조금만 따고 바로 보내주자.’
하지만 판은 사람을 멈추게 하지 않았다.
처음 몇 번은 믿기 힘들 정도로 잘 풀렸다. 금액은 몇 배로 불어났고, 화면 속 숫자는 그가 평생 만져본 적 없는 돈이 되어갔다.
그 순간 그는 이미 약속을 잊고 있었다.
돈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보다,
‘조금만 더 하면 인생이 바뀐다’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그는 계속 배팅했다.
그리고 새벽이 가까워질 무렵, 모든 게 무너졌다.
한 판이 꼬였고, 복구하려고 다시 걸었다. 또 잃었다. 눈이 뒤집힌 채 계속 버튼을 눌렀다. 숫자는 미친 속도로 줄어들었다.
해가 뜰 무렵, 계정에는 거의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는 한참 동안 화면만 바라봤다.
빌린 것도 아니고, 사기로 가져온 포인트였지만 결국 돈은 단 한 푼도 만들지 못했다.
잠시 뒤 메시지가 도착했다.
“입금은?”
그는 답장을 하지 못했다.
휴대폰은 계속 울렸다.
처음엔 재촉이었고, 그다음은 욕설이었다. 나중에는 협박까지 이어졌다. 그는 결국 상대를 차단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도박은 끊지 못했다.
잃은 걸 복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한 번만 크게 따면 다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아버지가 평생 그랬던 것처럼.
어느 겨울밤, 그는 문득 아버지가 죽던 나이를 넘겼다는 걸 깨달았다.
방 안에는 오래된 형광등 불빛만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바닥에는 독촉 문자와 연체 고지서가 흩어져 있었고, 충전하다 깨진 휴대폰 화면에서는 아직도 카지노 광고 알림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옷장 문을 열었다.
구석에 먼지 쌓인 검은 넥타이 하나가 걸려 있었다. 아버지 장례식 이후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물건이었다.
그는 한참 동안 그 넥타이를 바라봤다.
어릴 적 여관방 천장에서 축 늘어진 아버지의 다리.
술 냄새. 싸구려 담배 냄새.
사람들의 수군거림.
모든 기억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는 피식 웃었다.
“결국 똑같네…”
창문 밖에서는 새벽 첫차 소리가 지나가고 있었다.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의 시간은 오래전부터 멈춰 있었다.
잠시 뒤, 방 안은 조용해졌다.
댓글목록
왕1234님의 댓글
왕1234 작성일
이거 1등후보인가..ㅋㅋㅋㅋ
김뿡님의 댓글
김뿡 작성일
와 이건... 도박하는 사람들 한번 읽어봤으면 싶을정도인데...?
mupinmam님의 댓글
mupinmam 작성일
지린다 ㄷㄷㄷㄷ
두준두준님의 댓글
두준두준 작성일
ㅋㅋㅋㅋㅋㅋ와우
심일님의 댓글
심일 작성일
작가세요?
밍시기야님의 댓글
밍시기야 작성일
이건 못이겨..
뉴비다님의 댓글
뉴비다 작성일
작가신가용
Zard님의 댓글
Zard 작성일
혹시 전생에 율곡이이 입니까?ㅋㅋㅋㅋㅋ
만외만님의 댓글
만외만 작성일
필력 좋으시네요 ㄷㄷ
soondo님의 댓글
soondo 작성일
모든것을 잊고 집중하게 만드는 미친 글이였습니다.
안전한생활님의 댓글
안전한생활 작성일
1등 축하드립니다. 정독완료. 몰입감 최고
송팀장화이팅님의 댓글
송팀장화이팅 작성일
이게뭐죠
어가님의 댓글의 댓글
어가 작성일
왜이걸 지금보죠
송팀장화이팅님의 댓글의 댓글
송팀장화이팅 작성일
민간사찰 중이었습니다.
어가님의 댓글의 댓글
어가 작성일
크흠....
이게무슨
벤쿠버 정신병원썰 연재 부탁드립니다 (수정됨 26-06-11 16:38)
송팀장화이팅님의 댓글의 댓글
송팀장화이팅 작성일
고료 선지급 부탁드립니다
어가님의 댓글의 댓글
어가 작성일
선지급 10콩 저번에 넣어드렸는데 연재가 안되고있습니다...
송팀장화이팅님의 댓글의 댓글
송팀장화이팅 작성일
때는 바야흐로 2013년 겨울 토론토 오즈구드 역 앞 콘도에서 살자 소동을 벌인 송팀장은 911에 의해…
더 보시려면 결제하세요
송팀장화이팅님의 댓글의 댓글
송팀장화이팅 작성일
앞에 왜 가리신거죠
살롱인가요
어가님의 댓글의 댓글
어가 작성일
무슨소리죠 저금액에 ㅡㅡ
송팀장화이팅님의 댓글의 댓글
송팀장화이팅 작성일
흐으음..... 꼬롬한데.......
어가님의 댓글의 댓글
어가 작성일
타뱃계입니다..
연재좀요
송팀장화이팅님의 댓글의 댓글
송팀장화이팅 작성일
흠 뭐가 궁금하신거죠
어가님의 댓글의 댓글
어가 작성일
그냥 환우 2:1등등 안에서 지낸 생활기...
송팀장화이팅님의 댓글의 댓글
송팀장화이팅 작성일
환우 2:1은 계요입니다
캐나다에서는 7일 정도 있었군요 흠흠
어가님의 댓글의 댓글
어가 작성일
아니 한국에서 그런일이 ㄷㄷ
캐나다부터 연재부탁드립니다 (수정됨 26-06-11 17:32)

초이
천천히가자
